530년 전 '장미전쟁'에서 사라진 영국 왕 리처드 3세의 특별한 장례식이 얼마 전 영국에서 있었다. 그는 당시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후에 수도원이 파괴된 후 무덤의 행방을 알 수 없다가 지난 2012년에야 발견되어 이번에 장례식을 치르게 된 것이다. DNA에 의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발견 당시 그의 유골은 '꼽추왕'이라고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처드 3세'에서 묘사된 것처럼 실제로 척추가 한쪽으로 심하게 휘어 있었다고 한다. 15세기 영국에서는 라이벌 관계였던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이 왕위 쟁탈로 기나긴 전쟁을 벌였다. 요크 가문의 리처드 3세는 형인 에드워드 4세가 사망한 후 조카 에드워드 5세의 섭정을 했다. 이후 두 달 만에 조카를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르면서 조카와 그 동생을 런던탑에 가둬 죽였다. 왕위 찬탈로 신망을 잃은 그는 귀족들의 반란에 부딪쳐 싸운 보즈워스 전투에서 랭커스터 가문의 헨리 튜더 백작에게 패해 전사했다. 이로써 30년 끌어 온 장미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왕조는 무너지고 새로운 튜터 왕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때 랭커스터 가문은 붉은 장미, 요크가문은 흰 장미를 문장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장미전쟁'이라 부르게 됐다. 이런 역사적 연유에 기인해서 최근엔 축구에도 장미전쟁이란 말을 쓴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즈 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이 그것이다. 맨체스터는 랭커스터 가문이 지배하던 랭커셔 지방의 중심 도시이고 리즈는 요크 가문이 지배하던 요크셔 지방의 중심 도시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랭커셔를 연고지로 한 맨유는 그 가문의 붉은 장미를 나타내는 빨강색 유니폼을 입고, 요크셔를 연고지로 한 리즈는 요크가문의 흰 장미를 의미하는 하얀색 유니폼을 입게 되어 맨유와 리즈의 라이벌전을 '장미전쟁'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엔 아무 축구경기에나 '장미전쟁'이란 말을 쉽게 갖다 붙이기도 한다. 헌데 치과에도 장미로 인한 치열한 투쟁이 있다. 이성에 눈을 뜰만 한 나이가 될 때 나타나는 사랑니의 '장미전쟁'이다. 중남미의 전설에 의하면 한 처음 동물신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창조하고 난 후 차돌로 사람의 치아를 만들고 있었는데 마침 식물신이 놀러 와서 보고는 앞니의 수는 충분한데 어금니 수가 부족하지 않느냐고 했단다. 허나 차돌은 이미 다 써리고 없던 터라 대신 할 수 없이 식물신에게서 얻은 장미꽃의 꿀과 꽃가루를 섞어 맨 마지막 치아인 사랑니를 만들었다. 그런데 월계수 잎으로 덮어놓아야 할 것을 깜박 잊고 깊이 잠든 사이 쏟아진 폭우로 사랑니들은 다 뭉개져 버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식물신은 몹시 노했고 장미는 토라졌다. 그래서 그런가. 그 때부터 사랑니는 그 분풀이로 잇몸 밖으로 나올 때쯤이면 말썽을 잘 일으키는 문제아(牙)가 되었다. 이렇듯 동물신의 실수와 식물신의 저주 그리고 장미꽃의 토라진 마음의 복수로 통증을 야기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다가 결국 뽑혀나가기도 하는 운명이 됐지만 그래도 사랑니는 그 예쁜 이름과 아픈 전설로 애틋함과 아쉬움이 남겨져 연민의 정을 갖게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랑이란 게 가슴 저미는 쓰라림이 동반되어야 더 깊고 아름답게 성장되는 이유도 그래서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