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하게 들판을 수놓는 꽃은 역시 황금색 민들레다. 민들레가 한창이면 어린아이들은 마른 하얀 포자들을 불어 날리며 노는 걸 즐긴다. 민들레는 장미나 글라디오라스 처럼 화병에 꽂혀 식탁으로 초대받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이진 않지만 더러는 스프나 와인 혹은 오믈렛의 재료로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꽃으로 불리는 이 민들레는 영어로 'dandelion'이다. dan(dent)은 '치아'란 의미로 치과와 관련 있는 단어에 주로 쓰인다. de는 '의(of)'이고 lion은 '사자'이니 이는 곧 '사자의 이빨'이란 뜻이다. 민들레꽃이 사자의 어금니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또한 하늘을 향해 뻗은 이파리의 모습은 마치 사자의 용맹을 보이는 갈기를 닮았다. 해서 민들레와 사자, 치과는 인연이 깊다. 헌데 최근 사자와 치과의 악연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름 아닌 한 사자의 참혹한 죽음 때문이다. 짐바브웨의 명물 사자 '세실'이 사냥꾼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이 밝혀지면서 이른바 '스포츠 사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세실을 죽인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파머에 대한 공분이 전 세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세실은 야성적인 검은 갈기로 짐바브웨 황게 국립공원을 찾는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높은 '국민사자'였다. 또한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이동 경로와 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사자이기도 했다. 이번에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세실의 몸에 부착한 GPS 기록을 살펴본 결과, 세실은 국립공원 인근에서 활을 맞고 40여 시간 고통스럽게 배회하다가 머리는 잘리고 가죽도 벗겨진 채 죽었다. 사자 머리를 박제해 스포츠 사냥의 '트로피'로 소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헌데 파머가 쏜 화살에 맞은 세실이 공원 바깥으로 나가 사유지에서 배회하는 것을 추적해 총으로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국립공원 내에서는 사냥이 금지돼있지만, 공원 밖 사유지에서 사냥하는 것은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파머와 사냥 도우미들이 세실을 공원 밖으로 유인해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파머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비난과 인신공격이 가해지고 있다. 세실과 파머의 악연은 이름에서도 기인하는 것 같다. 세실이란 이름은 '앞을 못 본다'는 뜻이고 파머는 필그림들이 순례를 할 때 기념으로 팜트리 가지를 가져가는 사람이란 뜻이다. 슬프게도 사자 세실은 파머의 흑심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파머는 제 이름 값대로 사냥의 기념으로 사자 머리를 챙긴 것이다. 아울러 민들레 꽃말은'감사'이기도 하지만 '무분별'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사자 사냥을 전통으로 삼는 원주민 마사이 족마저 오랜 전통을 버리고 사자 보호에 나서는 마당에 미국 부유층들이 남의 나라 땅에서 자행하는 무분별하게 도륙하는 '트로피 헌팅'은 스포츠도 취미도 아니다. 야생동물의 씨를 말리는 동물 학살 행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