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남상욱 기자/취재부

"진짜 인종차별은 모든 곳에 있다."

 단지 '아시안(Asian)'이라는 이유로 에어비앤비(Airbnb) 숙소 주인에게 인종차별적 막말과 함께 숙박을 거부당했던 한인 2세 다인 서씨가 10일 기자회견서 한 말이다.

 서씨의 이 말은 인종차별이 단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일탈이 아니라 미국 내 삶의 전반에 녹아 있어 평범하기까지 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서씨가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된 것은 지난 2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서씨는 프레지던트 연휴를 맞아 일행들과 빅베어 마운틴으로 여행을 떠나며 미리 예약을 했으나 트럼프 지지자라는 에어비앤비 숙박 주인으로부터 '아시안이기 때문'이라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당했다. 눈이 내리는 악천후 상황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서씨가 울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자 해당 숙박 주인은 에어비앤비에서 영구 퇴출당했다

 현재 UCLA법대에 재학 중인 서씨는 3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1.5세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미국 생활에서 인종차별적 요소들이 있음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번 에어비앤비 숙박 주인의 인종차별적 언행도 미국인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서씨는 "어려서부터 외모, 음식, 영어 미숙과 관련해 인종차별적 말들을 들어 왔다"며 "심지어 법대에서도 말 수가 적은 동양인 학생들은 좋은 법조인이 되기 어렵다는 말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 만큼 미국 사회에 인종차별적 태도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 서씨의 주장이다. 

 서씨에 따르면 해당 숙박 주인은 러닝스프링스에서 ELS교사로 재직 중인 태미(Tami)라는 이름의 백인 여성으로 알려졌다. 영어가 미숙한 이민자들을 상대하는 ELS교사이기에 이번 사건은 보통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평범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6백만 유대인의 추방과 학살을 주도한 나치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또는 생각하기를 포기한 채 범죄에 가담하는 인간을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고 표현했다. 

 '인종차별의 평범성'은 우리 안에서도 얼마든지 있다. 우리 역시 영어 구사력을 보고 차별 대우하거나 피부색이 다른 타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역시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인종차별의 평범성'을 극복하는 것은 연대에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 차별은 결코 자연스럽고 정당한 태도가 아니라 범죄이고 악이라는 것을 함께 연대해 목소리로 말하면서 우리 내부와 외부에 있는 인종차별의 평범성을 늘 의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인종차별이라고 말하는 다인 서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