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2위 차지하며 벼랑끝 黨재건

막판 '대역전극 신화'엔 실패했지만…

보수층 결집 전략 성공 
중도 표심 확장에 한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패인은 '확장성 부족'이다.  선거 운동의 대부분을 '보수층 결집'에 할애하면서 중도층의 표심을 얻는 데 실패한 탓이다. 그러나 홍 후보의 '스트롱맨'이미지와 '보수 결집'전략은 홍 후보가 2위를 차지하며 선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역설적으로 최순실 사태로 한국당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 홍 후보가 외연 확장 전략을 폈다면 아마 3위도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당이 정권 재창출에는 실패했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홍 후보의 개인기로 당이 기사회생했고, 그 결과 보수 정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생존력은 확보한 셈이다. 

 홍 후보는 비록 대선에선 패배했지만 그의 정치적 입지는 오히려 더욱 탄탄해졌다는 뜻이다. 보수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향후 한국당 권력 지형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에서 친홍(친홍준표)계와 비홍계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홍계는 이번 대선에서 홍 후보 캠프에 참여한 인사, 홍 후보의 특별지시로 복당된 비박계 의원들과 당원권 정지 징계가 해제된 친박계 의원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홍 후보는 당장 한국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10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5선 의원으로 원내에 입성하거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직업 정치인'재기 발판 마련

찻잔 속 '安風'에 그치고 말았지만…

'애매한 중도'발목잡아
당내 권력투쟁이 관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두 번째 대권 도전(본선 도전은 처음)에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장 큰 패인은 국민에게 믿음직스러운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한 데 있다. 3당의 지위를 부여받은 국민의당 창당 주역으로 '강철수'로 거듭나며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는 듯했으나 거기까지 였다.  

 안 후보의 짧은 정치 경력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에 비해 부족한 인적 네트워크, 호남을 제외하면 구멍이 숭숭 뚫린 국민의당 조직력 등은 '안풍'을 폭풍으로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호남'을 당의 지지 기반으로 뒀음에도 중도·보수 진영으로 확장을 꾀할 수밖에 없는 중도 후보의 한계가 안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논리나 햇볕정책의 승계 여부 등 이슈에서 '입장이 일관되지 못하다',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을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 후보는 의원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당분간 진로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마지막 직업이 직업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재기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안 후보는 올해 56세로 여전히 젊다. 문제는 국민의당이다. 당장 책임론과 당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부 호남 의원의 민주당행에 대한 소문마저 무성하다. 격동과 혼란의 중심에 설지, 물러서서 때를 기다릴지는 안 후보의 몫이자 선택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뚝심있는 '소신 정치인' 각인

배신자 '구도의 벽'못 넘었지만…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결국 '구도'(構圖)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유 후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을 거치며 일종의 덫에 걸렸다. 보수 진영에선 탄핵을 주도하고 새누리당을 떠났다는 이유로 '배신'의 낙인이 찍혔고 그 밖의 진영에선 과거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경력과 새누리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받았다.

 보수층 표심이 여기저기로 표류하는 동안에도 유독 유 후보의 지지율은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제자리였다.

 그러다 보니 당에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급기야 의원 13명이 후보 단일화 및 사퇴를 요구하다 집단 탈당하는 사태까지 맞았다. 

 그러나 최악의 위기를 맞은 유 후보에게 응원이 쏟아지는 등 이 탈당 사태는 되레 '뚝심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물론 대선의 문턱을 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선거 막판 '건전한 보수'를 염원하는 민심의 일단을 확인한 만큼 유 후보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정의당 심상정] "의미있는 패배' 절반의 성공

끝내 10% 두자리 득표 실패했지만…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진보정당 후보로서 의미 있는 패배를 기록했다. 한때 진보정당 최초의 두 자릿수 득표율도 가시화됐지만, 막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진보 진영 지지자 사이에서 심 후보에 대한 소신투표를 망설이는 현상이 벌어졌다. 역대 진보정당 후보 중 최다 득표율은 지난 16대 대선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3.89%였다.

 당초 정의당은 원내 5당 체제가 된 20대 국회에서 진보적 이슈에서조차 중심적 역할을 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TV 토론회에서 심 후보의 활약이 계속되며 두 자릿수 지지율을 목표로 하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특히 첫 노동정책으로 발표한 '슈퍼우먼방지법'(부부 출산휴가 1개월 의무제)과 '살찐고양이법'(최고-최저임금 연동제) 등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건 심 후보의 비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도 했다. 

 심 후보는 새 정부가 향후 보다 진보적인 정책을 취하도록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