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 프리에이전트(FA) 오승환(35)이 빅리그에서 명예회복을 바라본다.

기대 만큼이나 실망도 컸던 2017시즌이었지만 FA 시장이 오승환을 비롯한 중간투수들에게 긍정적으로 돌아가면서 빅리그 잔류가 유력해졌다. 상황만 잘 맞으면 1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과 함께 단 둘 뿐인 KBO리그 출신 빅리그 생존자로서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도 노리고 있다.

예상보다 시장 상황이 좋다. 7~8회를 책임지는 불펜 필승조 투수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10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중간투수 열풍이 한층 거세진 모양새다. 이전에는 주로 상위권 팀들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불펜진 강화를 꾀했다. 관심도 마무리투수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대부분의 구단이 불펜이 강해야 정규시즌서도 승리한다는 믿음을 갖고 중간 투수들을 수집하고 있다. 경기 후반 승리를 지키는 투수를 향해 과감하게 베팅한다.

실제로 지난 스토브리그까지만 해도 마무리투수만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아롤디스 채프먼이 양키스로 돌아오며 5년 8600만 달러짜리 FA 계약을 맺었고 켄리 젠슨은 5년 80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고 다저스에 잔류했다. 피츠버그와 워싱턴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마크 멜란슨은 4년 6200만 달러에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 외에 구원투수들의 계약규모는 크게 떨어졌다. 마무리투수가 아닌 이상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와 4년 3050만 달러에 계약한 브렛 시슬과 콜로라도와 3년 1900만 달러에 계약한 마이크 던 등을 비롯해 6명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이미 11명의 중간투수가 1000만 달러 이상 계약에 성공했다. 게다가 대부분이 마무리투수가 아닌 7~8회를 책임지는 셋업맨들이다. FA 시장 중간투수 최대어로 평가받는 웨이드 데이비스와 그렉 홀랜드가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중간투수들이 행선지를 찾아가고 있다. 다른 포지션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인기다. 다저스에서 셋업맨으로 맹활약한 브랜든 모로우는 컵스와 2년 2100만 달러에 계약해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다. 2015시즌 KBO리그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앤서니 스와잭은 중간투수로 빅리그서 반등에 성공해 2년 1400만 달러에 메츠 유니폼을 입었다. 약 10년 전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마무리투수 통산 최고 금액인 3년 37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던 것을 돌아보면 중간투수의 가치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체감할 수 있다.

오승환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애리조나가 오승환을 노린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꾸준히 나온 가운데 애리조나 외에도 3~4팀이 오승환을 레이더에 넣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 전 열린 윈터미팅서도 몇몇 구단이 오승환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의했다. 복수의 구단이 영입경쟁을 벌이면 몸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관건은 2017시즌 기복에 대한 물음표를 얼마나 지워내느냐다. 2016시즌에 기록했던 76경기 79.2이닝 19세이브 14홀드 방어율 1.92의 활약을 이어갔다면 오승환의 FA 계약규모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2017시즌 62경기 59.1이닝 20세이브 7홀드 방어율 4.10에 그치면서 그의 가치는 다소 떨어졌다.

그래도 시장 흐름상 연봉상승은 기정사실이다. 오승환은 2016년 1월 세인트루이스와 2년 보장액 525만 달러에 계약했다. 연평균 약 260만 달러를 받았는데 지금의 스토브리그 추세라면 연봉이 2배로 뛸 가능성이 높다.


윤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