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출생 신생아 양력으로 해 바뀌면 바로 한 살 더 먹어 2살
태어난 연도만 따지는'연' 나이, 국제적 계산'만'나이등 혼용
서열중시 문화·유교적 사고·음력 애착 등'한국식 나이'부추겨
"'만' 나이로 통일하자" 의견 많아…청와대 국민청원도 줄이어

[생·각·뉴·스]

한국에서 나이 셈법을 미국식으로 바꾸자는 청원이 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선 한국식 나이와 연 나이 이외에도 만 나이 등 나이를 계산하는 데 3가지 셈법이 혼용되고 있어 한국 사람의 나이는 '고무줄 나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한국식 나이의 대표적인 사례는 연말에 태어난 신생아들에서 나타난다. 병원 신생아실에 나란히 누워 있는 신생아들이지만 나이는 벌써 1살, 2살로 갈려 있다. 지난해 연말에 태어난 신생아도 양력으로 해가 바뀌면 바로 한 살을 더 먹기 때문이다. 소위 '한국식 나이'다.

▶11월·12월 출산 기피

11월과 12월엔 출산을 기피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연말에 출생하면 나이를 더 빨리 먹어 불리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쓰이는 나이 계산법은 모두 3가지. '연' 나이(Year age), 한국 나이(Korean age), '만' 나이(International age)가 그 3가지다.

한국 나이는 한국 일상생활에서 쓰는 나이다. 만 나이와 연 나이는 법령, 신문·방송 등 공식적으로 쓰는 나이다. 연 나이는 태어난 연도만을 따진다면, 만 나이는 국제적인 나이 계산법으로 정확히 태어난 날로부터 몇 년이 지났는지 월일까지 따진다. '미국식 나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만 나이는 전 세계적인 기준이다. 한국식 나이는 말 그대로 현재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나이다.

유교문화권으로 분류되는 동아시아 국가 전반에서도 한국을 제외하고는 이미 사용되고 있지 않다. 중국은 1960년대 문화대혁명 이후 만 나이를 활용하고 있다. ·

일본은 1902년 이후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북한도 1980년대 이후 만 나이 활용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한국에서만 한국식 나이 계산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식 나이의 연원은 규명된 게 없다. 아버지 혈통을 중시해 수정 때부터 사람으로 보는 유교적 사고, 음력에 대한 문화적 애착 등이 섞이며 지금의 나이가 자리잡았다는 게 통설이다.

▶미국인들 "한국 나이 헷갈려"

여기에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도 한몫했다. '형 동생' '선배 후배'등 서열을 정하는 데 나이 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들에게 한국식 나이는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진짜 나이를 놓고 헷갈리는 황당한 경험을 하기가 일쑤다.

한국은 법적으로는 1962년 이래로 만 나이를 활용하고 있다. 학령 인구는 만 6세, 투표권은 만 19세 이상에게 주어진다. 법적인 처벌에서 미성년자와 성인을 나누는 기준도 만 나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 1건 이상씩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채우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22일 한 누리꾼은 '한국식 나이 폐지해달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며 "일상생활에선 기존 나이를 쓰지만 법령에선 연 나이와 만 나이를 혼용해 너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한국인들도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500명의 설문조사에서 하나로 통일하자는 응답이 무려 92%를 넘었을 정도다.

세계 유일한 고무줄 나이 셈법,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젠 정리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