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캠퍼스 진입, 농성 텐트촌 해체
대학, 수업 전면 취소, 출입 전면 통제
미 전역서 학생 2000명 이상 체포돼 

2일 오전 9시께 UCLA 캠퍼스에는 수백명의 경찰과 학교 측 보안요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캠퍼스로 들어가는 초입에선 평소 대학가의 분위기와 달리 적막감이 감돌았고, 안쪽 중심부의 로이스홀 쪽으로 진입하는 길목에서부터는 보안요원이 외부 차량의 진입을 막았다.

로이스홀 앞 광장과 잔디 구역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던 곳이다. 보안요원들은 시위대가 있던 현장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지점의 양 건물과 건물 사이를 펜스로 막고 삼엄한 경비를 벌이고 있었다. 상공에는 헬기 두 대가 맴돌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 교직원은 신분증을 보여주며 안쪽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보안요원이 "현재 청소 담당자들과 일부 미디어 외에는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학생은 물론 교직원도 출입이 안 된다"며 돌려보냈다.
시위 현장 안쪽에서는 경찰 진압 후 부서진 나무판자와 바리케이드, 부서진 텐트 등 잔여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잇달아 밖으로 나왔다. 불도저 등 중장비 차들도 분주히 오갔다.
현장 진입을 차단하는 펜스 주변에는 방송과 신문 기자들만 가득했고, 학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권력의 개입으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충돌하며 유혈사태까지 일으켰던 시위는 끝났지만, 대학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UCLA에선 미국의 다른 대학들보다 1주일가량 늦게 시위가 시작돼 지난달 25일부터 본격적인 텐트 농성이 시작됐다. UCLA는 평화적인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기본 방침이어서 엿새가량 시위가 지속됐다.

하지만 이런 학교 방침이 시위 현장을 방치하는 상황을 초래하면서 지난 1일 결국 사달이 났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로 지목한 한 무리의 젊은 남성들이 마스크를 쓰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농성장에 난입해 학생들을 때리고 텐트 안에 폭죽을 집어넣어 터뜨리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벌였다. 양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로 유혈사태가 빚어진 모습은 당시 현장을 찍은 여러 영상에 담겨 온라인상에서 퍼져 나갔다.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친팔레스타인 시위 학생 일부는 머리 등에 심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학 신문 소속 기자들까지 현장에서 취재하다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언론에 전했다. 당일 시위 현장의 난투극은 자정을 넘긴 오전 0시 30분께부터 오전 3시께까지 2시간 반가량 이어졌다.
캐런 배스 LA시장이 경찰력 지원을 요청했고,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면서 시위대 간의 충돌은 정리됐다.

학교 안팎에서는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지난달 25일부터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접근해 양측 사이의 긴장이 며칠간 고조됐는데도 학교 측이 안전을 위한 조처를 하지 않고 이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개빈 뉴섬 주지사와 배스 시장 등 지역 고위 당국자들이 학교 측에 강경 대응을 요구하면서 1일부터 경찰이 학교에 주둔했고, 학교 측은 1일 오후 6시께 공식적으로 시위대의 농성을 "불법 집회"라고 규정한 뒤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2일 오전 3시 직전에 학교 측이 모든 학생에게 '안전 경계령'을 내리고 해당 지역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이어 진압봉과 헬멧, 방탄조끼 등으로 무장한 경찰 수백명이 농성장의 바리케이드를 해체한 뒤 텐트 철거하고 시위대를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텐트 주변을 여러 개의 나무 합판과 강철 펜스 등으로 겹겹이 둘러치고 진압에 대비했지만, 공권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CNN 방송에는 경찰이 진압 과정에 섬광탄을 쏘는 장면도 포착됐다. 시위대 중 일부는 저항을 포기하고 스스로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경찰의 진압 작전은 거의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CNN은 경찰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현장에서 시위대 132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풀려난 상태지만 일부는 LA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한편, AP통신은 자체 집계를 통해 지난달 17일부터 2일까지 미국 대학가에서 반전시위를 하다 체포된 사람이 최소 2천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