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청, 비난 여론에 반대→허용 급선회…추진위 "31일 제막식"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시민의 힘으로' 소녀상이 재건립됐다.

28일 시민단체가 기습적으로 소녀상을 설치했다가 관할 지자체가 강제철거에 나선 지 이틀 만이다.

전국에서 일본 공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서울 일본대사관에 이어 두 번째다.

소녀상 건립은 그동안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동구청이 30일 소녀상 설치를 전격 허용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박삼석 동구청장은 이날 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압수한 소녀상을 돌려주고 영사관 앞 설치를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소녀상 강제철거 이후 전국민적인 비난 여론에 직면한 동구청이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동구청에는 이틀 동안 소녀상 철거를 비난하는 전화와 게시글이 쇄도해 사실상 구청이 업무 마비 상태에 빠졌다.

구청장이 휴가를 내고 자리를 비웠고 일부 간부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알려지자 더욱 공분을 샀다.

박 구청장은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국가 간 일이기도 하지만 지자체장으로서 더는 감당하기 힘든 입장"이라고 소녀상 허용 이유를 밝혔다.

그는 배석한 시민단체와 시민이 28일 구청의 소녀상 강제철거와 폭력적인 농성자 해산 과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구청장으로서 많은 시민에게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소녀상 철거 당시 누가 지시했느냐는 시민단체의 질문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간 것이며 담당 과장 책임이지 나는 잘 몰랐다"고 말해 거센 야유를 받기도 했다.

소녀상 건립을 추진해온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소녀상을 돌려받아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했다.

소녀상 설치 위치는 일본영사관 후문에서 40여m 떨어진 인도다.

일본대사관 소녀상을 만든 김석경 작가가 제작한 이 소녀상은 가로 2m, 세로 1.6m 크기의 대리석 바닥 위 의자에 다소곳이 앉은 자세로 왼쪽 어깨에는 새 한 마리가 놓였다.

동상 바닥에는 소녀상 설명과 길원옥 위안부 할머니가 쓴 평화비가 쓰였다.

소녀상 건립 모금에 참여한 5천143명의 이름이 새겨진 조형물도 동상 옆에 세워졌다.

추진위 관계자는 "그토록 바라던 소녀상을 시민의 힘으로 돌려받고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하게 돼 가슴 뭉클하다"며 "소녀상 건립을 계기로 비뚤어진 한일 간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9시 소녀상 앞에서 제막식을 열 예정인 추진위는 "많은 시민이 오셔서 소녀상 건립을 축하해 2016년의 마지막 날을 축제로 만들자"고 말했다.

추진위는 앞선 지난 28일 오후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기습적으로 설치했다가 동구청의 행정대집행으로 강제철거 당하고 반환을 요구해왔다.

압수된 소녀상은 동구의 한 야적장에 천막에 덮어 쓰인 채 방치돼 있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말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반발한 대학생과 각계 시민단체, 시민 등으로 구성돼 1년간 일본영사관 앞 1인 시위와 모금운동, 8천500여 명의 시민 서명을 받으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추진해왔다.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지면 전국에서 37번째 평화의 소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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