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선]

'자격'얻은경우 있지만, 심사탈락해 '국제 미아'되기도
2000년~지난해 '획득 한국인' 총 330명, 미국에도 6명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프랑스에 난민으로 가려고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기본적인 준비만 하고 비행기표 끊어서 가려고 한다. 입영 대상자인데 한국 국민으로 사는 것보다 프랑스 난민으로 사는 게 훨씬 나아 보인다'고 써 있었다. 

 같은 게시판엔 '난민 신청하려고 캐나다에 왔다'고 주장하는 한 20대 남성의 글도 있었다. 이 사람은 다음 달 입대 예정이었지만 '군대에서 구타를 당하거나 2년 동안 얻는 게 없다. 군대 가기 싫어 캐나다로 왔다'고 썼다.

 병역을 기피하려고 다른 나라에 난민 신청하는 20대들이 생겨나고 있다. 난민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주는 유럽과 캐나다에 이런 사람들이 몰린다.

 현재 캐나다에 머물며 난민 신청을 한 상태라고 밝힌 A(23)씨는 메신저를 이용한 인터뷰에서 "군대에 너무 가기 싫다"며 "어차피 탈조선(이민)을 꿈꿔왔는데 군대에 갈 필요는 없지 않으냐.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군대도 안 가고 여기에 합법적으로 눌러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A씨는 "부모님에게서 돈을 받아 캐나다행 항공권과 머물 곳을 구했다"고 했다. 캐나다 입국 심사 때 난민 신청을 했다는 그는 이민국 직원에게 한국 군대를 설명하며 "한국에선 1년에 100~150명이 군대에서 사망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자살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과거 대한민국 국민이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적지 않다. UN 난민기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국민이 다른 나라 난민이 된 경우는 모두 330명이다. 2014년부터 3년간 이 숫자는 85명으로, 이 중 69명이 유럽 국가의 난민이 됐다.

 미국과 캐나다가 각각 6명과 4명이었다. 이들 개개인이 어떤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UN 난민기구 분류에 따르면 이들의 난민 신청 이유는 모두 '한국 정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20대 남성들 난민이 화제가 된 건 지난 2013년 병역을 피하려고 프랑스에 난민 신청을 해 난민 자격을 얻은 이예다(26)씨 사례 영향이 컸다. 군대를 가지 않겠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다고 밝힌 사람은 이씨가 처음이다.

 이씨 사례처럼 난민 인정이 모두에게 순조롭지는 않다. 김모(27)씨는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지난 2013년부터 유럽 이곳저곳에 난민 신청을 했다가 모두 탈락하고 5년째 국제 미아 생활을 하고 있다. 캐나다에 머물고 있다는 김씨는 현재 NGO의 도움을 받아 캐나다에 난민 신청을 해 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