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세세칙위원회, 106개 품목 발표…항공기·소고기 등도 포함
中, 美국채·외환보유고 보복조치 활용 여부엔 "원칙에 따라 운용"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1천300개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이 4일 미국산 대두(메주콩), 자동차 등 106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4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항공기, 화공품 등 14개 분야 106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세칙위원회가 발표한 관세 부과 명단의 전체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500억 달러(약53조1천억원)로, 미국이 3일(현지시간) 발표한 1천300개 중국산 상품의 대미 수출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번 조치의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상황에 따라 추후에 공표하겠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관세부과 품목 명단에는 대두(황대두, 흑대두) 외에도 옥수수, 옥수수 분말, 수수, 미가공 면화, 신선 소고기, 냉동 소고기, 담배 등 농산품이 포함됐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 대두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수입한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산 대두 3천200여t을 수입했으며, 금액으로는 140억 달러(약 14조8천750억원)에 달한다.

자동차 역시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수입해 캐나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항공기도 지난해 보잉의 전 세계 항공기 인도량의 26%(202대)를 중국에 인도했으며, 향후 20년간 7천240대, 무려 1조1천억 달러(약 1천200조원)의 항공기를 중국에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발표한 관세부과 명단을 보면 그동안 거론된 보복 수단이 대부분 포함됐다"면서 "다만, 시행 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것은 60일간의 협상 기간을 둔 미국과 협상에서 우위를 두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와 재정부는 관세부과 조치를 발표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의 무역전쟁 가능성과 후속 조처에 대해 중국 측 입장을 설명했다.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은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없기 때문에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미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 상당에 관세 부과하기로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조치이자 자제한 행위"라고 답했다.

왕 부부장은 또 미국과 대화 채널이 유지되고 있느냐고 묻자 "중국의 일관된 입장인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대문은 계속해서 열려 있다"면서 "만약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평등과 상호 존중의 원칙 위에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미중간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 국채와 보유 외환을 보복조치로 활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주광후이(朱光輝)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중국 발전 고위급 포럼 연설을 인용해 "중국은 3조 달러(3천187조5천억원) 상당의 보유 외환이 있고 이는 인민의 재산"이라며 "중국의 보유외환 운용원칙은 첫째가 안정성이고, 둘째가 유동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절한 수익성이다"라고 말했다.

주 부부장은 이어 "중국은 국제자본시장의 책임 있는 투자자이고, 이는 우리가 국제자본 운용 규율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이러한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조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hin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