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덕제(50)가 동료 배우 오달수 '미투'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서 진행 중인 '미투 운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여배우 성추행 혐의로 법정다툼 중인 조덕제는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가졌다. 우리 사회에 미투바람이 불기전에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만큼 미투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는 그는 '미투운동'이란 이름으로 익명의 제보를 통한 폭로가 사실 관계에 대한 명확한 확인없이 기정사실화되는 한국형 미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특히 오달수 미투를 둘러싸고 가해자로 지목된 오달수와 피해자인 배우 엄지영 등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9일 자신의 카페를 통해 오달수와 JTBC '뉴스룸'에 출연한 두 명의 피해자(A씨·연극배우 엄지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조덕제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상호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 A씨의 몸을 더듬고 찰과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 유죄(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선고를 받자 불복하고 상고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은 조덕제와 일문일답.

- 배우 오달수가 '미투' 폭로를 당한 뒤, 이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낸 이유는.

사실은 배우 오달수씨 개인의 사건을 거론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은 제가 겪게 된 성추행 사건 이후에 '미투 운동'에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제 사건과 오달수씨의 '미투'가 흡사했다고 한 이유는 피해자라고 주장한 사람의 제보만으로 언론 보도가 되고, 지목된 사람이 해명하기도 전에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것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 A씨의 오달수 '미투'에 의혹을 제기했다.

오달수씨는 제보자 A씨와의 관계에 대해서 연애 감정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피해자분은 그 이후에 오달수와 연애 감정에 대해 부정은 하지 않고 '가학적인 성관계였다', '애정이라고는 눈곱 만큼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봤을 때 상황으로만 보면 당시 20대 초 · 중반의 두 남녀가 연애 감정을 가지고 썸을 타는 시기에 벌어진 것이 결론이 좋게 끝나지 않은 그런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A씨와 관련한 오달수씨의 '미투'는 남녀 간의 애정 문제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진정한 '미투 운동'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미투 운동'은 사회적 구조에 의한 성범죄를 다루는 것인데, 남녀 문제까지 미투로 끌고 와서 여론의 지탄을 받게 만드는 불이익이나 처벌을 주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방송에 출연해 오달수 '미투'를 폭로한 엄지영씨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한 이유는.

엄지영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 자체가 틀리다고 생각한다. 오달수씨는 지난 2003년 영화 '올드보이'가 개봉되고 유명해졌다. 얼굴이 알려진 뒤 오달수씨가 모텔로 갔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이다. 또 제가 알기로 오달수씨는 오디션을 통해 영화에 출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캐스팅을 통해서 출연했다. 바로 픽업해서 쭉 활동을 해왔다. 엄지영씨의 말이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달수씨가 이 사건에 대해서 성추행을 했다고 시인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공인에 준하는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기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에 사과를 한 것이지 성추행을 인정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납득할 수 있는 사실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객원 배우로 한달 이상 엄지영씨와 함께 작품도 해본 경험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웬만큼 잘못하던 시절이다. 극단끼리 조직이 되어있다 보니 다른 극단의 선배에게 연기를 지도해 달라고 말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나는 오달수씨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배우의 길을 걸어왔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당시 실상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 당시 상황에서 보면 엄지영씨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 카페 등을 통해 한국판 '미투'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유는.

한국형 미투의 가장 큰 오류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손쉽게 특정화시킨다. 특히 익명에 의한 제보는 무차별한 폭로나 개인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앙갚음의 창구로 변질될 우려도 있는데 피해자의 권익 만을 위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반론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매장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오달수씨 '미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투'는 유명인이 관련되었다는 것 만으로 다수 언론이 명확한 사실 확인 등을 거치지 않은 무분별한 보도를 했던 게 사실이다. 언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미투보도가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론의 탐사 취재 등을 통해서 기초 사실 등은 확인한 후에 보도가 되었어야 했는데 언론사 측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보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나는 '미투 운동'을 찬성하는 사람이다. 올바른 '미투 운동'이 심각한 권력과 위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병폐를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jy@sportsseoul.com

사진ㅣ조덕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