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2병', 한국'중2병', 미국'중2병'

미국선'청소년 망상증후군'분류…초조해하는 감성
한국선 자신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여기기 쉬운 시기

'중2병'은 일본에서 오덕문화를 통해 건너온 단어입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열망이 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터인데, 그러한 열망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뭔가 오그라들게 표출되는 것을 말하죠.

사실 이름의 유래는 일본의 개그맨 이주인 히카루가 TBS라디오에서 진행하는 <이주인 히카루의 앱스: 심야의 바보력(伊集院光のアップス?深夜の馬鹿力)>라는 방송의 罹ったかなと思ったら中二病라는 코너에서 '중학교 2학년생(주로 사춘기 시기)이라면 누구나 할법한 행동들'을 어떤 병의 증상이라며 회화한 뒤, 라디오 청취자들로부터 사연을 모집하며 탄생한 이른바 아루아루 네타(공감계 개그)로 시작되었다. 그런고로 원래 중2병의 뜻은 '중2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홍역'같은 뜻으로 "하하 나도 중학교 2학년 때는 중2병에 걸려서 이런 것들을 했었지"라며 추억하며 웃음짓는 용어였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사기안이 유행하면서 한데 묶이게 되었죠.

영어권 인터넷에서는 대부분 'edgy'(에지)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사춘기 즉 질풍노도의 시기를 격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웹스터영영사전에 보더라도, tense, nervous, or irritable 등으로 이 단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2edgy4me(=손발리 오그라진다) 같은 식으로. 중2병 환자는 edgelord라고도 합니다. 쓸데없이 간지나는 lord를 붙인 게 딱 중2감성이라고 나무위키에선 또한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어떤 문서에는 'adolescent delusions'라고 번역했는데 직역하면 '청소년 망상증후군'(비격식) 초조해하는[신경이 곤두선]) 정도 됩니다. '이모키드'도 있는데 이것은 서브컬쳐의 한 분야이지 중 2병 그 자체는 절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독일어로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질풍노도)입니다.

발달심리학에서 다루는 청소년기의 주요 심리적 특성 중에는 '개인적 우화'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쉽게 말하면 '청소년들은 자신이 보는 세상을 '우화(寓話 - 이솝 우화의 그 우화다.)'처럼 본다.'라는 뜻이죠. 이것은 (정신적인)성인들이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을 통해 세상을 보는 데 반해, 청소년들의 가치관은 아직 미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성인들이 세상을 '색이 들어간 셀로판지'로 보는 반면 청소년들은 '뿌연 유리'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인데, 뿌연 유리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아직 확실히 딱 부러지게 판단할 수 없고, 그렇기에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그것을 메꾸다 보니 '우화'같은 세계로 인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그 세상의 중심을 자기 자신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기중심성이 더해집니다.

'중2병'은 이 '개인적 우화'에 오타쿠 요소가 곁들여진 것입니다. 오타쿠는 원래 집이라는 뜻인데 가령 비디오 게임 오타쿠는 이 세상의 관심사는 오로지 비디오 게임뿐으로 집 안에 틀여박혀 오로지 한 가지 관심사에만 몰두한다고 해서 이런 호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오타쿠가 아닌 청소년들도 개인적 우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에도 중2병과 유사한 사고방식. 즉, 자신이 특출나다든가, 쿨한 척 한다든가, '난 몸은 어리지만 마음만은 어른이야'라고 생각하는 등의 특성이 공통적으로 드러납니다. 중2병은 여기에 오타쿠적인 판타지 요소가 섞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중2병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으로 넘어오면서 그 뜻이 상당히 달라지게 됩니다. 중학교 2학년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아를 확립해나가는 시기에 있으며 이때는 자기자신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여기기 쉬운 시기입니다. 물론 인생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닌 사람은 없으나, 일반적인 성인이 가진 '자기자신을 사회의 일부로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소년만화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운과 재능, 환상적이고 멋진 미래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또 자신이 남들과 전혀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다거나, 남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한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좀처럼 인정하지 못하기도 하죠. 한 예로 고등학교 첫 입학 후 목표대학을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의 학생이 최상위권의 명문대를 지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중2병의 연장선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청소년기이기에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고 나무위키에서는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