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한 대 작업보다 효율적…관련 지식 있으면 한두 달 만에 구축"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포털기사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일당이 댓글 추천 수 조작에 활용할 수 있는 서버까지 구축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서버가 어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지방경찰청의 댓글조작 사건 수사팀은 김씨 일당이 특정 댓글의 '공감' 클릭 수를 높이는 자동화 프로그램, 즉 매크로(동일 작업 반복 프로그램)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서버를 자체적으로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킹크랩'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 점에 주목해 수사한 결과 이들이 댓글조작 기능을 수행한 서버를 '킹크랩'이라고 부른 사실을 파악했다.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들은 서버 규모, 소프트웨어(SW) 내용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자체 서버를 구축해 자동화 기능을 탑재했다는 것은 드루킹 일당이 '단순한 댓글 작업'을 넘어선 게 아니냐는 추론을 내놓고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 A씨는 "서버를 구축했다는 건 PC 즉, 매크로 기능을 수행하는 클라이언트가 다수라는 것을 뜻한다"며 "조직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이 PC 한 대에서 작업하는 것이라면 서버는 여러 대의 PC에 명령을 내려 일할 수 있다"면서 "서버는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하고 일을 시키고 클라이언트는 반복 기능을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15년째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한다는 B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실행하는 자동화 기능을 탑재한 서버라면 특정 작업을 반복할 때 필요한 데이터를 바로 가져오거나 일을 처리하는 데 효율성이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킹크랩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기능까지 갖췄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댓글조작에 쓰였을 매크로 서버는 기사 검색, 모니터링, 추천 수 조작 작업 등 3단계로 이뤄졌을 것"이라면서 "인터넷 주소(IP)를 바꾸고 가상사설망(VPN)을 변조해 로그인을 달리하는 작업이 반복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 역시 "PC 한 대에서 매크로 기능을 쓰는 것과 서버에서 하는 것은 규모 자체에서 차이가 난다"면서 "운영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IT 업계에서는 개발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전문가라면 매크로 기능을 담은 서버 구축은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이라고 본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전문가에게는 '소일거리' 정도로 취급된다는 게 IT 분야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한 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매크로 기능을 서버에서 실행한다는 건 쉬지 않고 특정 작업을 계속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자동화 기능을 서버에 구축해 실행하는 건 관련 지식만 있으면 학부생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도 전했다.

개발업체 대표 A씨 역시 "웹 프로그래밍 기술만 있다면 충분히 작업할 수 있다. 서버 자체적으로 뉴스를 수집해 모니터링하고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하도록 한다고 해도 한 두 달 정도 작업하면 서버 구축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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