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대상으로 점치던 언론들도 "팀내 최고 투수" 극찬

이제야 괴물의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1·LA 다저스)이 진면목을 과시하고 있다. 어깨 수술과 재활 등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낸 뒤 보란듯 재기에 성공했다. 이제는 '절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인상적인 투구로 팀내 실질적인 에이스 칭호를 받았다.

류현진은 지난 2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시즌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3승 째를 수확했다. 최근 세 경기에서 19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25개를 솎아냈고 방어율은 1.99로 팀내 1위, 내셔널 리그 9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는 21위에 위치했다.

커쇼의 성적(1승 3패 방어율 2.45)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다저스 경기를 중계하는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건강한 류현진은 올해 실질적인 2선발 역할을 하고 있다. 성적이 증명한다"고 극찬했다

한때 류현진을 트레이드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던 LA 타임즈도 "류현진은 건강할 때도 강속구를 던지지 않았지만 어깨 수술한 뒤 섬세한 관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맞대결을 펼친 경기에서 3회 이후 워싱턴 강타자들이 단 한 명도 출루하지 못했다. 상상이나 할 수 있을 장면이었을까"라며 "올해 류현진이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LA 타임즈는 "류현진의 피안타율은 0.141에 불과하다. 다저스가 올시즌 거둔 9승 중 3승을 류현진이 책임졌다"며 실력을 인정했다.

리치 힐이 손톱을 부상해 전열에서 이탈했고, 알렉스 우드는 아직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마에다 겐타가 2승 1패 방어율 3.77로 선전 중이지만 사실상 선발진이 제몫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시즌 첫 등판(3일 애리조나전, 3.2이닝 3실점)을 제외하고 승리를 따낸 세 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6.1이닝 꼴인 19이닝을 소화했다. 삼진 25개를 빼앗아냈고 홈런 한 개로 2실점한 게 전부였다. 이닝당 출루허용율도 0.88에 불과해 도저히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류현진의 초반 역투가 도드라져보이는 이유다.

'괴물의 귀환'은 스프링캠프 때 이미 감지됐다. 전에 없이 경쾌한 팔 스윙과 밝은 표정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류현진이 왜 5선발로 출발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구단 관계자는 "단순한 실력 이상의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며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다. 영입 주체와 연봉 등 개막 로테이션에는 실력 이상의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다는 의미였다. 올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점도 구단이 '정치적 판단'을 해야하는 기준 중 하나였다. 지난해 재활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냈지만 건강과 구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점도 2선발이 아닌 5선발로 시작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일찌감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걱정 없이 시즌을 준비했다는 것은 류현진에게 호재였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난타당하거나 승운이 따르지 않는 경기도 있다. 류현진은 "제구만 되면 경기를 풀어가는데 큰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적인 밸런스에 완벽한 포피치 투수로 진화한 '괴물'이 역대급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