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연내 추진으로 방향선회
북미후속협상서 비핵화·체제안전보장 가닥 잡고 종전선언 갈 듯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강경화 외교장관이 19일 "연내 종전선언 추진"을 언급하고 나서 주목된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발언했다.

종전선언은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선언'에 연내 목표 추진이 명시됐다는 점에서 강 장관의 연내 종전선언 추진 언급은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세기의 담판'이라고 할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그 직후 남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설(說)이 파다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강 장관의 연내 추진 언급은 그동안 '상황 변화'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구체적으로 강 장관은 종전선언 시기 등에 대한 질문에 "올해 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적"이라며 "시기·형식은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주요한 '보상'의 하나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번 첫 북미회담 이후 단숨에 종전선언까지 가기에는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로서는 종전선언을 조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앞으로 펼쳐질 비핵화 협상 전개 상황을 주시하며 북한, 미국 등과 긴밀히 논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급 인사간 싱가포르 공동성명 후속협상이 종전선언 성사 여부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음 직하다.

종전선언이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다자가 참여하는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강 장관은 특정한 시기와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초점을 둔 유연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종전선언은 북미 간 일괄타결안이 확정돼야 가능하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이든, 추가적 고위급 회담에서든 타결안이 나오면 종전선언이 과도기 체제안전 보장 방안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강 장관이 언급한 '시기적 유연성'은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9월 하순으로 예정된 유엔 총회 등에도 구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분석도 있다.

다시 말해 북미 양국이 정전협정일 또는 유엔 총회 기간을 선택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우리 정부가 나서 특정일을 선택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전협정일은 한국전쟁의 종결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고 유엔 총회 기간은 만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자 외교무대 데뷔 무대로 삼는다면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조기 종전선언 여부는 북미 후속협상에 달려 있다는 쪽에 의견이 모인다.

북미 간에 사찰·검증을 제대로 수용한 '완전한 비핵화'와 그에 상응한 대북 체제안전보장 등의 조치가 촘촘하게 적힌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실행 조치들이 구체화해야 종전선언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종전선언에 대한 형식적 유연성을 강조한 점도 주목해 볼 만하다.

상황 변화에 따라 남북미가 아닌 남북미중 종전선언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대비하려는 의지로도 읽힌다.

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중국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중국과도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선언 방식 역시 정상간 합의 방식이 가장 좋지만, 3국 또는 4국 '외교장관 종전선언' 등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위원은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정상이 만나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남북미중 정상이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정치적 구속력이 있으니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서도 종전선언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