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혼외자로 본인 자녀 둔갑시켜 윤 전 시장에게 취업 청탁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꾼이 1인 2역을 하며 윤장현 시장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기꾼은 휴대전화 2대를 돌려쓰며 권 여사와 노 전 대통령 혼외자녀를 돌보고 있는 보호자라고 속였다.

4일 전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구속된 상습 사기범 김모(49·여)씨는 지난해 12월, 윤 전 시장을 비롯한 지역 유력가에게 '권양숙입니다. 딸 사업 문제로 5억원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습니다. 빌려주면 곧 갚겠습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권 여사와도 만난 적이 있는 윤 전 시장은 바로 전화를 걸었고, 김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권 여사인 척 속였다.

윤 전 시장은 이후 4차례에 걸쳐 4억5천만원을 김씨에게 보냈다. 거액을 고스란히 사기를 당한 셈이다.

김씨의 범행은 더 대담해졌다.

권 여사를 사칭한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들이 광주에 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해 12월에는 자신이 직접 광주시장실로 찾아가 혼외자의 보호자임을 자처했다.

두 대의 휴대전화를 번갈아 가며 1인 2역을 한 셈이다.

권 여사가 부탁했다는 혼외자는 다름 아닌 김씨의 아들과 딸이었다.

놀고 있는 제 아들과 딸을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둔갑시키고 대범하게도 취업까지 청탁했다.

김씨는 대통령의 혼외자 남매가 대학 졸업 후 별다른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취업도 못 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눈물 바람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외자로 둔갑한 김씨 아들 조모씨는 전시·대관 업무를 주로 하는 시 산하기관에 7개월 동안 임시직으로 채용됐다가 지난 10월 김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그만뒀다.

김씨의 딸은 이 시기 모 사립 중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채용돼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은 산하기관 측에 조씨에 대해 "도와줘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으며 해당 중학교 관계자에게도 전화로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지난달 네팔로 의료봉사를 떠난 뒤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 체류 중인 윤 전 시장에게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로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검찰은 6·13 지방선거 사범 공소시효가 오는 13일까지인 만큼 그 전에 기소한다는 방침이나 윤 전 시장이 귀국하지 않을 시 기소중지 상태에서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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