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운동서도'反이민- 親이민'갈등

[뉴스진단]

국경장벽 펀딩 사이트서 정반대 성격 모금운동 벌어져
장벽지지 1600만달러 모금…사다리 건설은 14만 달러

이민자를 차단할 높고 뾰족한 장벽과 그 장벽을 넘어설 사다리.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멕시코 국경장벽을 둘러싸고 정반대 성격의 모금 운동이 각각 올라와 눈길을 끈다.

지난 16일 고펀드미에는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예산을 마련하자는 모금 운동이 개설됐다. '우리가 장벽에 자금을 댈 것이다'(We The People Will Fund The Wall)란 제목의 모금 캠페인에는 23일 현재까지 약 27만명으로부터 1642만달러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모금 운동을 개설한 이라크 참전용사 브라이언 콜페이지는 두 다리와 한 손을 잃은 이라크 참전 용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미래 세대가 가질 수 있도록 이 나라에 몸을 바쳤다. 그러나 너무 많은 미국인들이 불법 체류자들에 의해 살해됐고, 너무 많은 불법 행위자들이 우리 사회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채 미국 납세자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가 우리의 법을 지킬 때다. 이 벽을 건설해야 한다. 장벽 건설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돕는 것은 미국인들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벽 건설을 '시민의 의무'라 규정하고 "모금을 통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안전하게 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맞서는 사다리 모금 운동. 19일 밤 농담으로 시작됐지만 현재까지 6356명으로부터 14만달러에 가까운 금액이 모였다.

캠페인을 시작한 퇴역 군인 샬롯 클라이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BI)와의 인터뷰에서 "국경장벽 모금 운동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다. 화나는 것 이상으로 노골적인 인종차별에 슬픈 감정마저 들었다"고 전했다.

클라이머는 콜페이지와 연락해 봤냐는 BI의 질문에 "말해본 적 없다"며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퇴역 군인이다. 병력이 약자에 대한 무기로 쓰일 때 정말 정말 화가 난다. 군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약자를 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모금된 자금은 실제 사다리를 만드는 데 사용하지 않고 이민자 자녀, 가족 및 난민들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텍사스 소재 비영리단체 레이시스(RAICES)에 기부될 예정이다.
사다리 외에 '장벽 위에 거대한 에스컬레이터'를 건설하기 위한 비용을 모금하는 캠페인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의회 내 갈등은 성탄절을 앞두고 미국 연방정부에 부분적인 셧다운(업무 정지)을 야기했다. 22일 0시를 기점으로 연방정부 4분의 1의 업무가 중단됐고 9개 부처와 10개 정부기관이 문을 닫았다. 빨라도 27일, 최장 1월까지 셧다운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