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가 벌어진 16일 TPC 소우그래스이 시그너쳐 홀인 17번 홀(파3).
케빈 나와 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동반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케빈 나는 티샷을 4피트 거리에, 이어 티샷을 한 우즈는 3피트 거리에 붙여 우뢰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 박수와 함성은 이들이 퍼트를 하는 순간 커다란 웃음으로 변했다.
우즈가 케빈 나의 행동을 어색하게(?) 따라했기 때문이다.
먼저 버디 퍼트를 한 케빈 나가 공이 홀컵을 떨어지자마자 바닥에 닫짜도 전에 손을 넣어 공을 낚아챘다. 들어가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재빨리 행동한 것이었다. 케빈은 평소 짧은 펴팅을 할때 자주 이런다. 그런데 이번에는 박자가 너무 빨랐는지,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나왔고, 축하의 박수도 받았다. 아무렇지 않게 공을 줍고 걸어 나오던 케빈 나도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케빈 나에 이어 버디 퍼트를 한 우즈도 케빈 나가 했던 것처럼 재빨리 공을 잡으러 갔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몸에 익지 않은 데다 공이 이미 떨어진 뒤 갑자기 공을 잡으려고 몸을 숙여서 몸개그가 되버렸다. 우즈의 이 같은 행동에 갤러리들은 웃음과 박수, 휘파람, 환호를 보냈다.
이를 지켜보던 케빈 나도 박장대소를 했고, 우스 역시 크게 웃으며 둘은 손을 마주치고 어깨동무를 하며 그린을 내려왔다.
골프채널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경기를 마치고 우즈는 "마치 공이 홀에 도달하기도 전에 잡으려는 것 같았다"며 웃음을 유발했던 케빈 나의 행동을 떠올렸다.
이어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일단은 확실하게 라인에 맞춰서 쳐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케빈 나는 우즈에게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을 전에도 봤지?"라고 물었고, 우즈는 "봤다. 그런데 직접 본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케빈 나는 우즈의 '공 빨리 줍기'를 평가하면서 "충분하게 빠르지는 않더라. 왼손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케빈 나는 왼손으로, 우즈는 오른손으로 공을 집었다.
둘 다 LA 인근에서 자란 데다 주니어 시절부터 함께 각종 대회에 출전해 친분이 두터운 사이지만 공교롭게도 PGA투어에서 동반 라운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