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공식 선정하는 '이주의 선수'에 뽑힌 LA 다저스 류현진(32)의 올스타 선정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류현진은 13일 지난 한 주 동안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로 공인받았다. 지난 7일 애틀랜타전에서 완봉승, 12일 워싱턴전에서 8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일주일 동안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면서도 17이닝을 철통방어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실질적인 다저스의 1선발 구실을 하고 있는 류현진은 13일 기준 리그 전체 다승, 방어율, 이닝 부문에서 내셔널 리그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한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음에도 5승을 거둔 류현진은 다승 공동 1위, 방어율은 1.72로 3위, 이닝은 52.1로 8위에 자리하고 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와 9이닝당 볼넷 비율에 있어선 각각 0.73, 0.52로 리그 전체 1위다. MLB닷컴은 13일 전미야구기자협회에 소속된 기자들의 투표를 통해 지금 시점에서 사이영상 수상자를 예측했는데 류현진은 내셔널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은 투표율 45.6%를 받았다.
그냥 나온 숫자들이 절대 아니다. 올시즌 류현진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완벽한 제구로 네 가지 구종(직구,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을 구사하는 한편 구종의 비율까지 자유롭게 조절한다. 지난 7일 완봉승을 거둔 애틀랜타전에선 직구의 비율이 52.7%에 달했으나 12일 워싱턴전에선 직구의 비율을 37.1%로 낮췄다. 시즌 첫 두 경기에선 커브의 비율이 17%가 넘었는데 최근에는 8%대에 머물고 있다. 상대 타자를 면밀히 분석하고 스윙 궤적과 노림수를 고려해 최상의 선택을 한다. 변화무쌍한 볼배합에 상대 타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두고 "지금까지 이런 투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패턴이 없는 투수"라고 극찬했다.
'볼넷 없는 투수' 이미지도 류현진에게 큰 무기가 됐다. 현지 언론들도 류현진의 제구력에 감탄하며 최소 볼넷 비율과 메이저리그 130년 역사에서도 드문 볼넷 대 삼진 비율 등을 크게 다루고 있다. 류현진은 마치 이를 이용하듯 풀카운트에서도 꽉찬 코스에 공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한다. 볼넷을 감수하면서 쫓기는 타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류현진과 승부하는 타자들은 풀카운트에도 당연히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러한 예상은 오히려 타자들을 궁지로 밀어넣고 있다.
잠깐 동안의 활약이 아니다. 류현진은 2018시즌부터 지난 워싱턴전까지 23경기 134.2이닝을 소화하며 방어율 1.87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중 류현진보다 낮은 방어율을 기록한 이는 아무도 없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이달의 선수 선정, 그리고 오는 7월 9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올스타 게임 출장도 충분히 가능하다. 올스타 선정은 기량도 중요하지만 팀을 대표하는 이미지도 필요하다. 보통 30개 팀 중 최소 한 명은 올스타로 뽑히는데 지난해에는 추신수가 소속팀 텍사스 선수 중 유일하게 올스타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다저스는 투타에서 복수의 선수를 배출할 수 있다. 투수진은 류현진, 야수진은 코디 벨린저가 이끌고 있는 만큼 둘의 동반 올스타 게임 출장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올스타 게임에 나설 선수는 우선 팬 투표를 통해 선정되지만 투수의 경우에는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의 올스타팀 감독과 선수들이 뽑는다. 이번 올스타 게임의 내셔널 리그 감독은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이기 때문에 류현진의 올스타 게임 출전은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윤세호 박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