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입던 옷들 팔고, 나는 타고 다니던 차 팔고'

[베네수엘라]

주 이탈리아 로드리게스 대사 사직서 제출
"미국 경제 제재로 대사관 임대료도 못내"

이탈리아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가 재정난으로 인해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사임했다.

21일 가디언에 따르면 이사이아스 로드리게스(77) 대사는 자신의 의사를 밝힌 서한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사임 서한을 공개하며 미국의 제재로 인해 베네수엘라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신 역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지난 주에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대사관의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를 지불할 수 없다"며 "이탈리아에서 생긴 부채는 약 900만유로(약 119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제재 대상에는 국영 석유기업 PDVSA 등이 포함됐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사임 서한에 "미국의 제재는 대사관의 예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 주재 외교 본부는 더 이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빈곤했던 대사로서의 삶도 이야기했다.

그는 "미국의 석유수출금지 조치에 맞서기 위해 아내는 전 남편이 준 옷들을 팔았다. 나는 대사로 부임하며 구매한 차를 팔 계획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제재로 인해 나는 이곳에서 은행계좌를 만들 수도 없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내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1년 이탈리아 주재 대사로 파견된 그는 이제 "헌신적인 할아버지로 살겠다"면서 "마두로 대통령은 내가 그의 곁에 있고 늘 그의 옆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며 변함 없는 충성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