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32)이 올 시즌 초반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방어율(1.52), WHIP(0.74), 삼진/볼넷 비율(14.75)이 모두 전체 1위다. 그에 대한 호평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MLB닷컴은 "류현진의 투구는 장인에 가깝다"라고 했고, LA 타임즈는 "다저스의 최근 성적은 선발진 호투가 원동력인데 그 중에서도 류현진이 단연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야후 스포츠는 "5개 구종이 모두 리그평균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라고 인정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달에서도 잘 던질 것이다"라며 우주적(?) 칭찬을 날리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던 전설도 류현진 띄우기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존 스몰츠는 "커맨드가 훌륭하다. 모든 구역에 마음먹은 대로 던진다"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스몰츠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다. 다저스의 레전드인 오렐 허샤이저는 "타자와 어떤 승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천재적이다. 현존하는 좌투수 중 가장 정확하게 던진다"라고 후배의 마운드 운영능력과 핀 포인트 제구에 감탄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주자있는 상황에서 매우 효율적인 투구를 한다. 전혀 혼란이 없다. 현시점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혀를 내둘렀다. 당연히 팀 동료들도 류현진에게 신뢰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코디 벨린저는 "멘털이 대단하다. 본인의 공을 정말 잘 활용한다. 놀라운 투수다"라고 했다. 배터리로 손발을 맞춘 러셀 마틴은 류현진의 호투에 포수로서 자신의 역할은 "없다"라고 단언했다. 류현진의 빛나는 투구를 전부 투수의 공으로 돌린 것이다.
류현진을 향한 칭찬 목소리는 대충 모아도 많다. 다수의 현지 언론과 야구관계자, 그리고 팀 동료의 의견은 류현진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전체 시선을 대변한다. 이젠 이달의 투수를 뛰어넘어 꿈의 20승도 가능하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은 박찬호의 18승이다. ESPN의 사이영상 예측순위에서도 류현진은 내셔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 질주하면 사이영상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류현진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저력의 핵심은 제구력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그다지 빠르지 않은 구속의 공을 던진다. 하지만 제구를 통해 마운드에서 경기를 풀어가고 티자를 요리한다. 여러 구종을 던질 수 있는 공에 대한 감각, 타자의 약점을 파고드는 영민함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도 제구력이다. 빅리그 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63%를 넘어가고 볼넷은 단 4개뿐이라는 놀라운 기록의 원천 또한 스피드가 아닌 제구력이다.
일반적으로 파이어볼러는 타고 나고 제구력은 다듬어진다고 한다. 엄밀히 따지면 프로에서 성공한 투수라면 속구와 제구는 기본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선천적인 부분이 강속구인데 이에 류현진이 제대로 반기를 들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나는 그의 투구가 보여주고 있다. 그는 위기에 몰릴때마다 제구를 앞세워 타자를 돌려세웠다. LA 타임스는 "24번의 득점권 위기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며 그의 위기관리 능력에 주목하기도 했다.
류현진의 제구력은 선천적이다. 야구 관계자들은 노력에 따라 구속 135㎞를 던지는 투수가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145㎞의 공을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제구야 말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구는 심장이기 때문이다. 근력은 키울 수 있지만 심장은 키우기 어렵다. 투수는 무수히 많은 위기상황을 마운드에서 경험한다. 이때 위기탈출을 위한 가장 강력한 해결책은 강속구가 아닌 타자가 치기 힘든 곳으로 정확히 제구된 공이다. 그리고 그 공은 손끝이 아닌 타고난 '강심장'에서부터 출발한다. 그 사실을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증명하고 있다.

배우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