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팰로알토 고교,'명문대 진학 현황도' 제작 중단…125년 이어온 전통 깨 파격

[뉴스포커스]

교지 편집장들 "입시와 교육 편견 바뀌어야"
"성적, 대학 만으로 인간의 가치 평가 안된다"

북가주에 있는 명문고 팰로알토 고등학교가 '특별한 선언'을 했다. 이 학교는 학교 교지 '더 컴퍼닐'에 매년 졸업생의 명문대 진학 현황을 전국 지도에 실명으로 표기하는 '포스트-팰리 플랜 맵'을 실어왔는데 더이상 싣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입 부정 스캔들 발단

이 지도제작은 팰로알토 고등학교가 설립된 이래로 125년째 꾸준히 이어오던 고유한 전통이었는데 하루아침에 그 전통을 깨버린 것이다.

이는 명문대 입시에만 급급하는 교육 문화에 대한 시선을 바꾸자는 학생들의 강력한 주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를 몰고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팰로알토 고등학교에서 올해 공동 편집장을 맡은 5명의 학생 교지 기자들이 올 5월호에 포스트-팰리 플랜 맵을 넣는 것을 중단 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대신 지도 제작 중단 선언문과 함께 이를 지지하는 선배 졸업생들의 글 10여편을 실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초대형 대입 부정 스캔들에 이 학교 졸업생 한명이 포함 된 것이 학생들의 움직임의 발단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1894년 설립된 팰로알토 고등학교는 실리콘 밸리와 스탠포드 대학 근처의 샌프란시스코의 부유한 동네에 자리해 있으며 오랜 역사동안 학업이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 졸업생의 80%가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진학하는 미국의 명문 학교로 정평이 나있다. 이곳에 재학중인 37.2%가동양인으로 한인의 학생 분포도 꽤 높은 편이다.

▶"지도제작 학생들에 유해"

팰로알토 고등학교 온라인 웹사이트에서는 2019년도 재학생 503명의 GPA를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전체 503명 중 GPA 3.75~4.00 인 학생이 214명, 3.51~3.75인 학생이 96명에 달할 만큼 학생들의 학업 수준은 전국 최상위 수준이다.

대학 진학 현황처럼 실명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GPA 별로 학생 수를 나열했다는 것은 일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상황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학업이 우수한 학생들도 미묘한 신경전에 매 시험때마다 친구들과 경쟁을 하고 조금씩 뒤바뀌는 순위에 스트레스 받겠지만 순위에 조차도 오르지 못하는 학업이 부진한 학생들은 분명 더 큰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팰로알토 고등학교를 대표하는 5명의 학생 편집장들은 이처럼 학업 성적과 명문대 입학에만 급급하는 교육 환경과 지도제작이 학교와 학생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관련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들은 이러한 지도제작이 재학생들에게 유해한 환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명문대 입학은 성공중 하나"

공동 편집장 5명은 선언문에서 "포스트-팰리 플랜 맵으로 인하여 학업 성적으로만 인간의 가치가 평가될까 우려 된다"며 "단지 학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의 내면은 소통와 협력, 존중 안에 있는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졸업생은 "학생들은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는데 공개적으로 학업 성적에 대해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눈앞에 놓여진 현실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일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편집부장 레이톤 호는 "좋은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지도에 표기된 자신이 자랑스럽겠지만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수치심을 느낀다. 학생들은 이런 교육 제도 아래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인생을 성공할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린 현재와 미래의 학생들을 위해 용감하게 실천에 옮긴 것 뿐이다" 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