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소송사기…대통령 가담했나", 노영민 "책임질수 있나…정론관 가서 말하라"
한때 정회…노영민, 발언 취소·유감 표명
與 "지소미아 파기" 주장…한국당, 文정부 日경제보복 대응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보배 기자 =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故) 김지태 씨 유족의 소송을 맡은 문제를 놓고 고성이 오가는 거친 설전이 벌어졌다.

당시 소송을 '소송 사기'라고 규정하며 문 대통령이 관여한 부분을 밝혀달라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질의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고 강하게 되받으며 분위기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노 실장의 사과를 요구했고, 운영위 회의는 잠시 정회했다.

곽 의원은 이날 오전 "상속세·법인세 소송에서 (김지태 씨의) 유족들이 위증하고 허위증거 자료를 제출해서 승소했다"며 "대통령에게 거기에 가담했는지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노 실장은 이에 "지금 말씀한 것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느냐"며 "여기서 말하지 말고 국회 정론관 가서 말하라"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노 실장은 격앙된 듯 펜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곽 의원은 "삿대질하지 말라. 소송 사기에 가담했는지 그것을 밝혀달라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고, 노 실장 역시 "여기서 하지 마시고 정론관에서 하시라니까…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노 실장은 이어 곽 의원을 겨냥해 "토리게임즈 관련 발언(곽 의원이 제기한 문 대통령 사위 관련 의혹)은 이미 고소가 돼 있고, 김지태 씨의 친일 관련 발언 역시 고소가 돼 있다. 사법적으로 판단해서 사실관계가 다 밝혀질 것"이라면서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역공에 나섰다.

그러자 곽 의원은 "소송 사기에 가까운 행위가 있었다. 위증했고, 서류를 조작해 냈다는 것은 고법과 대법에서 판결이 확정된 얘기"라며 "정론관 가서 말하라며 의원을 윽박지르고, 이런 것이 청와대냐"고 따졌다.

두 사람의 문답 이후 여야 의원들은 노 실장의 답변 태도를 놓고 설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국당 원내대표인 나경원 의원은 "의원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정론관에 가서 얘기하라는 식의 답변 태도는 분명히 사과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국가원수와 일가에 대한 얘기는 좀 더 면밀히 조사하고 정제된 얘기로 회의 석상에서 얘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재개된 회의에서도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김지태 유족 소송' 관련 공방을 벌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에 대한 모욕"(나경원 의원), "야당 의원에 대한 협박"(정태옥 의원) 등 맹비난을 쏟아내며 노 실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곽 의원이 원인 제공을 했다"(김정호 의원), "국회법상 상대방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해선 안 된다"(표창원 의원) 등으로 맞섰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이인영 운영위원장은 양측의 공방이 점점 가열되자 냉각기를 갖자며 회의 시작 20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립은 결국 노 실장의 발언 취소와 유감 표명으로 정리됐다.

노 실장은 오후 3시 10분에 속개된 회의에서 "곽 의원 발언에 대해 '정론관에서 하라'고 한 제 발언을 취소한다"며 "제 발언으로 원만한 회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는 일본 경제보복 등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도 충돌했다.

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정부가 4월 25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일본이 보복하겠다고 한 지 한 달 보름이 지난 시점"이라며 "추경 내용에는 무역보복 예산이 하나도 없었는데 (일본 경제보복에)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에 대한 대응으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60%에 달한다"며 "국민들은 정부가 원칙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강한 대응을 주문했다.

노 실장은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당일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개최하지 않고 여당 원내대표단과는 오찬을 했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통령은 밥도 못 먹느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북한 핵실험 횟수 등과 관련한 '오답' 논란도 있었다.

노 실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이 핵실험을 얼마나 했냐'는 표창원 의원의 질의에 "두 번인가요"라고 답했다.

표 의원은 이에 "한 번도 없었다"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한차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이양수 의원은 "ICBM급 탄도미사일을 3번이나 발사했고, 핵실험도 했다"며 "당연히 알아야 할 분은 모르고, 담당 실무자는 비서실장이 잘못 대답하는데 입 다물고 있는데 국회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노 실장은 결국 "ICBM 발사를 3번 했고, 핵실험도 1차례 있었다"며 이전 답변을 정정했다.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