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저항세력' 의심 떨치고 '조국 수사' 명분쌓기 성격도
법무부 개혁안과 상당 부분 겹쳐…'서초동 촛불' 여론 추이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대검찰청이 1일 발표한 특수부 폐지와 파견검사 즉시 복귀 등 자체 개혁안은 "검찰총장이 검찰개혁 방안을 직접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발표됐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즉시 실행에 옮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놓고 청와대와 정면충돌 양상을 빚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검찰개혁 작업의 주도권을 놓지 않음으로써 '개혁 저항세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한편 조 장관 수사의 명분도 잃지 않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대검의 개혁안은 전날 출범한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첫 번째 권고안을 발표한 지 1시간20분가량 지난 이날 오후 3시30분 발표됐다.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로 중심을 이동시키라"는 권고내용은 "서울중앙지검 등 3곳을 제외하고 특수부를 폐지하겠다"는 대검 개혁안과 일치한다.

대검이 즉각 시행 가능한 두 번째 개혁안으로 제시한 파견검사 전원 복귀 역시 법무·검찰개혁위의 권고안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법무·검찰개혁위는 전날 출범식과 함께 첫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권고를 예고한 바 있다. 전날 오전에는 조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검찰개혁에 관한 업무보고를 했다.

대검은 전날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직후에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하부 기관이 찬찬히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전례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정도였다. "검찰개혁을 수용할 의사가 없으며 조 장관 수사 역시 개혁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일각의 의심을 굳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검 관계자는 이날 "상당 기간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준비 중이었던 방안"이라고 했다.

대검의 자체 개혁안은 법무·검찰개혁위 권고안과 상당 부분 겹칠 뿐 아니라 그동안 검찰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 구체적 개혁 요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전부터 직접수사 축소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혀왔고 검사의 외부파견 최소화 역시 지난해 5월 제1기 법무·검찰개혁위가 이미 권고한 사안이다.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도 작년 5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내용이다.

게다가 애초에 법률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검사장에 대한 '차관급 예우' 폐지를 제외하면 관련 개정 규정 등 구체적 실행방안의 키는 대부분 법무부가 쥐고 있다. 특수부를 폐지하려면 법무부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역시 인사권을 쥐고 있는 법무부 소관이다.

대검은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안에 적극적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자체개혁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또 "인권보장을 최우선에 두고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을 점검·개선하겠다"면서 문 대통령 지시사항에도 적극 화답하는 태도를 취했다.

다만 특수부 폐지의 경우 부패수사에 대한 수요를 감안할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국가 차원의 수사구조 개편과 맞물려 신중하게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부 간판을 달고 있지 않더라도 대부분 지방검찰청과 지청에 인지수사 부서가 운용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특수부 폐지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특수부가 없는 검찰청의 인지수사 부서에 대해 "일반 형사사건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수부가 있는 검찰청도 직접수사를 자제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민생범죄를 우선 다루는 방향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이 법무부와 별개로 조직을 꾸려 개혁작업을 놓고 주도권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도 법무부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대검은 검찰개혁위원회를 각각 꾸리고 개혁방안을 따로 구상해 발표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자체개혁안 발표가 조 장관 주변 수사를 둘러싼 여론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규모 집회에서 분출된 검찰개혁 요구에 대한 긍정적 응답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서초동 집회를 비롯한 여론의 방점이 검찰개혁보다는 조 장관 수사 반대에 찍혀 있었다면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