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17년 현재 78.6세 3년 연속 감소…GDP 하위국 슬로베니아·체코 보다 낮아

집중분석

100년전 1차 세계대전때와 동일

약물 과다복용·자살·비만 등 영향

25세~64세 젊은 층 사망률 급증

포브스지 "미국 사회에 위험 경보"

세계 최고 선진국인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줄고 있다. 미국보다 GDP가 훨씬 못한 국가들보다 기대수명이 낮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78.6세로, 2014년 78.9세를 정점으로 3년 연속 줄었다. 기대수명은 갓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연령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은 의료 기술과 복지 향상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대다수 국가들이 그렇고 선진국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을 제외한 고소득 국가들은 예외 없이 기대수명이 증가했다.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일본(84.2세) 스위스(83.6세) 영국(81.3세)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 국내총생산(GDP)이 훨씬 적은 슬로베니아(81.1세)와 체코(79.1세)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1900년 47.3세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단 한 1915년부터 1918년까지 단 한차례 줄어든 시기가 있긴 했지만 이 때는 1차 세계대전(1914~1918년)과 겹친다.

학자들은 전쟁과 전염병으로 기대수명이 줄어든 100년전처럼 미국의 기대수명이 3년째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사회건강센터의 스티븐 울프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말 미 의사협회 저널(JAMA)에 게재된 '미국인의 기대수명과 사망률, 1959~2017'보고서에서 "기대수명 감소에는 약물 과다 복용, 자살, 비만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25~64세 사이의 비교적 젊은 나이 사람들에게 이 같은 일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25~64세 중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1999년 말 대비 2017년 386.5% 증가했다. 25~64세 인구의 비만으로 인한 사망자는 114%, 간 질환과 간경변증 등 알코올 관련 질병에 따른 사망자는 40.6% 늘었다. 자살한 사람도 같은 기간 38.3% 많아졌다.

의학적 질병뿐 아니라 소득 불평등, 정신적 고통 등의 사회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워드 고 하버드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건강은 사회적 결정 요인이 크다"며 "소득 불평등, 불안정한 고용 등에 따른 심리적 고통은 질병과 죽음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의 새 연구 논평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1%와 하위 1% 사이의 기대수명 차이는 남성은 14년, 여성은 10년까지 난다.

경제지 포브스는 기대수명 3년 연속 감소와 관련. "젊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은 미국 사회에 대한 위험 경보"라고 진단했다.

포브스는 "GDP 등 다른 경제가 안정됐더라도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인 기대수명이 줄어든다는 건 부를 잃은 것과 같다"며 "웰빙을 위한 국가 척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조만간 2018년 기대수명을 발표한다. 감소 추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도 증가세 처음 멈춰

작년 출생아 기대수명 82.7세 '48년만에 제자리 걸음'

건강수명은 64.4년 감소추세
한파로 노령층 폐렴사망 는탓

매년 꾸준히 늘어났던 한국 출생아의 기대수명이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멈춰 섰다. 기대수명 가운데 질병이나 상해 등을 겪지 않는 이른바 '건강수명'은 조사 이래 꾸준히 줄어들면서 64.4년으로 집계됐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생명표'를 보면 2018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전년과 동일한 82.7년이었다.

1970년부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기대수명이 전년 대비 증가하지 않은 것은 4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기록적인 한파로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당해 사망신고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하는 기대수명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통계청은 설명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겨울 한파가 1973년 이래 가장 심했다"며 "인구 고령화로 폐렴 사망률이 늘어나고 있고 겨울 날씨가 추웠던 것이 고령 인구 사망률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