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1)이 등번호 33이 박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밝게 웃었다.
김광현은 17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구단 입단 기자회견에 주인공으로 참석했다.
이에 앞서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데릭 굴드 기자는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과 2년 8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성적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는 따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 내용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김광현이 인센티브로 1년에 15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김광현은 2년 최대 11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2016년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할 때 한 계약(1+1년 최대 1100만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김광현은 계약서에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광현은 마이너리그로 강등될 걱정없이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만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을 마이너리그로 보내려면 김광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김광현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아울러 해당 연도 보장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선수에게 유리하다.
김광현은 한국에서 달던 29번이 아닌 33번을 달고 빅리그에 입성한다. 김광현에게 3은 삼진을 의미한다.
김광현은 이제 '빅리그 선발'에 도전한다.
세인트루이스는 에이스 잭 플래허티, 마일스 마이컬러스, 다코타 허드슨으로 1∼3선발을 꾸릴 전망이다. 베테랑 애덤 웨인라이트와 유망주 알렉스 레예스도 선발 자리를 원하지만, 웨인라이트는 불펜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레예스는 아직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간다. 이들은 모두 모두 우완이다. 한국 야구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 경쟁을 할 발판은 마련한 셈이다.
현지 매체도 "세인트루이스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불펜에 두고, 김광현에게 선발 한 자리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현은 2020년 시범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하거나, 다치지 않으면 꿈에 그리던 빅리그 등판에 성공한다.
20대 초반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지녀온 김광현은 이미 메이저리그에 노크를 한 바 있다.
2014년 말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샌디에고 파드리스와 입단 협상을 했지만, 샌디에이고가 1년 100만 달러를 제시해 결렬됐다.
절치부심한 김광현은 5년 만에 다시 포스팅했고, 세인트루이스와 입단 합의했다.
류현진(2013년), 강정호(2015년), 박병호(2016년)에 이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역대 4번째 한국인이 됐다.
2009년 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 최향남이 101달러의 상징적인 금액만 제시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마이너 계약이었고 메이저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다.
김광현은 프로 2년 차이던 2008년부터 '대한민국 좌완 에이스'로 불렸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298경기에 출전해 137승 77패 평균자책점 3.27을 올렸다.
2017년 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후에는 전성기 시절 구위까지 되찾았다.
타고투저가 지배한 2018년에도 11승 8패 평균자책점 2.98로 호투했고, 공인구 반발력을 낮춘 2019년에는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의 더 뛰어난 성적을 냈다.
김광현은 원소속구단 SK의 동의를 구했고, 포스팅에 나섰다. 5년 전과 달리, 2019년 12월의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선발 경쟁을 할 만큼 매력적인 투수였다.

이환범기자 연합뉴스 <관계기사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