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홀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영어제목 Parasite)’의 뒤에는 바로 이 사람이 있었다.

착착 감기는 번역으로 해외관객들을 ‘봉 하이브’로 이끈 번역가 달시 파켓이다. 520만 관객을 동원했던 봉 감독의 첫 흥행작 ‘살인의 추억(2003)’의 번역을 시작으로 ‘기생충’까지 거의 모든 작품을 영어자막이 바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달시 파켓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기생충’ 제작에 얽힌 비화를 털어놨다. 빈부격차를 지상, 반지하, 지하의 수직적 세계로 배치해 기발한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 ‘기생충’은 해외관객들에게도 적중한 유머 코드로 봉준호 신드롬을 이끌어냈다.

김현정 앵커가 “도대체 미국인들이 일반 극장에 가서 기생충을 봐서 수익이 300억 원이 날 정도로 도대체 미국 대중들은 무엇에 끌리는가. 이유가 뭐라고 하나” 라고 묻자 그는 “소재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영화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굉장히 많고. 잘 만든 것도 그렇고 유머”라고 이유를 꼽았다.

파켓이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가장 빵터지는 장면은 제시카송. 극중 기정(박소담 분)이가 ‘독도는 우리땅’을 개사해 일리노이 대학 미술전공자로 사기칠 내용을 외우는 부분이다. 그는 “재미있는 것은 한국 사람은 그러한 외우기 위한 그런 방법 잘 알고 있는데 미국 사람들이 그만큼 잘 모르니까 오히려 더 신선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번역하며 가장 까다로웠던 대사는 뭘까. 그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한 음식명 ‘짜파구리’를 꼽았다.

‘짜파구리’는 해외관객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짜파게티하고 너구리는 아무래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잘 모른다. 그래서 모두가 다 아는 라면, 우동 합쳐서 번역했다”고 털어놨다.

1997년 대학영어강사로 한국땅을 밟은 파켓은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며 23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인연이 닿아 영화번역일을 하게됐다. 특히 봉 감독의 영화는 ‘살인의 추억’ 이후 거의 대부분을 전담했다. 한국어의 다양하고 미묘한 표현을 실감나게 잘 살린 번역은 이번에 ‘기생충’에서 가장 극적인 빛을 발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세세한 부분까지 정교하게 챙기기로 유명해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갖고있다. 16년여간 그와 호흡을 맞춘 파켓은 자막에서도 봉 테일의 특성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봉 감독은 자막 번역의 과정에 대해서 되게 잘 이해하는 것 같다. (봉 감독이) 영어도 잘하는 편이라 번역 전에 미리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상의하고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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