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재인·조국·우병우 등 '왕수석' 포진…막강 권한 행사

산하에 민정·공직기강·법률비서관…사정담당 반부패비서관은 제외

대통령실 3실장·7수석으로 확대…슬림화 실험 2년만에 이전 정부들 수준으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대통령실의 민심 청취 기능이 약했다는 판단에 따라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켰다.

자신이 직접 폐지한 조직을 되살리는 것을 넘어 수석에 검사 출신을 임명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보다는 효능성을 중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으로서 사정 기관 장악을 포함한 역대 정권에서 드러난 부작용을 직접 목격했다. 정치 입문 때부터 폐지를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의 발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사실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민정수석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과거 민정수석의 역할은 민심 청취보다는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총괄·지휘하는 역할이 부각됐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민정수석이 '왕수석'으로 불리며 지나치게 과도한 권한을 휘두른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실제로 역대 민정수석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 민정수석을 지낸 인물이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민정수석 등 '실세 중의 실세'가 포진해 있다.

공교롭게 윤 대통령은 직전 두 정부의 민정수석과 악연이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불법사찰 수사를 지휘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자 '살아있는 권력'을 정조준한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

그러나 4·10 총선 패배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대통령실이 국민 정서나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민정(民情)은 문자 그대로 '백성의 뜻·마음'을 살핀다는 의미다. 이를 담당하던 수석실을 폐지한 이후 날 것 그대로의 현장 민심을 수집·보고하는 기능이 약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할 때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 부활한 사례를 언급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 민심 청취를 부활의 명분으로 내건 만큼 신설될 민정수석실은 과거와 달리 사정 기능보다 민심 청취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서 설치하는 것"이라고 부활 이유를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신임 민정수석도 "가감 없이 민심을 청취해 국정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산하에는 민정비서관실이 신설되고, 현재 비서실장 직속인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관된다. 민심 청취라는 취지에 걸맞게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사정 기능을 담당하던 반부패비서관실은 두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은 민심 수렴을 위해서라면 굳이 검찰 출신을 임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사정기관을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검찰 출신을 발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사법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탄 수석'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이런 주장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법률가가 지휘하면서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법무부로 넘긴 공직자 후보자 인사 검증 기능은 민정수석실로 환원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창설하고, 민정수석실이 맡아온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향후 인사 검증 기능의 민정수석실 이관과 친인척 관리 기능 수행 여부에 대해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의 뜻이 중요할 것"이라며 "신임 민정수석이 그런 걸 협의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정수석실 신설로 대통령실은 기존 3실장(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6수석(정무·홍보·시민사회·경제·사회·과학기술) 체제에서 3실장·7수석으로 확대됐다.

이는 전 정권의 3실장·8수석 수준으로 몸집이 불어난 것이다. 정권 출범 당시 '슬림한 대통령실'을 표방하며 2실장·5수석 체제로 시작했던 머릿속 구상이 실제 운용 결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체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kind3@yna.co.kr